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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 우리 가슴 적셔주시니 -
세존이시여,
한 해가 저물어가는 길녘에서 이제 우리의 삶도
한 고개 넘고 있음을 생각하옵니다.

돌이켜보면,
한 때는 보람과 기쁨이, 더러는 회한과 쓰라림이
우리의 마음속에 일렁이었고,
지금 이 순간도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옷깃에 묻은 채 한 해의 노을을 지켜보게 되었나이다.

어버이 같으셔라. 세존이시여,
그래도 고통은 조금이었나니,
슬픔은 흘러가버린 물길인 양 수그러들었나니,
그만한 지경도 모두 당신의 가피이셔라.
우리의 어리석음을 헤아릴지니,
어쩌면 맞이할 수도 있었던 가족의 아픔과
자지러드는 쓰라림과 온통 우리를 감싸고 돌 번뇌들을
어느덧 발밑으로 흘릴 수 있었음도 온통 당신의 덕택이셔라.

감사하옵고 은혜로우셔라.
크나큰 지혜 내려주시어
그 말씀 이천 오백년 수억 생명의 숨결 되고
사막을 지나 강을 지나 산 넘어 바다 건너,
이처럼 우리 가슴 적셔주시나니,
이처럼 우리의 머리 맑혀 갈길 바로 잡으시나니,
인연의 맺음새 도타옵고 이 땅의 생명됨이 따사롭고
이처럼 합장 정례함이 자랑스럽나이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우리 가슴 속에 감사의 마음을 크게 일으키시어
보다 작은 것에도
하잘 것 없는 결과에도,
어린 이웃에게도
자주 합장하옵는 당신의 제자가 되게 하옵소서.

편견과 독단은 배암처럼 멀리하고,
자신만의 안락함은 종이배처럼 띄워 보내고,
되풀이되는 허물이 없도록,
보다 탄탄한 믿음의 끈으로 맺어 주옵소서.
하여, 천 개의 손인 양, 천 개의 눈인 양,
어려움에 치여 고달파하는 이에게
우리가 필요하게 하여주옵소서.

우리의 자랑스러움에
그들의 고개가 끄덕이게 하옵시고,
끝내는 우리와 그들이 한 가지 향을 사르게 하옵소서.

새로운 날에는
스쳐가는 이의 가벼운 미소에서도
당신의 미소인 양 감사해 하고,
그들의 가벼운 한숨에도
보살의 눈을 뜨게 하옵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깊사와
이제 한 해를 매듭지으며
우러러 발원하옵나이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보스톤 문수사 스님의 송년 발원문 중에서


  Name:    TGT

   Posted : 1/12/2018 || 9:13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