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6-36 Author : 마운 김 형범
고시조를 찾아서-4

update 9/13/2014



오백년(五百年)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듸업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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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는 고려가 망한 것을 회고하고 인세(人世)의 무상함을 슬퍼한 노래로서 회고가(懷古歌)라고 한다.
회고(回顧)는 돌아다 보다 또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보다는 뜻이고 회고(懷古)는 옛 정취를 돌이켜 생각하다는 뜻이다.
회고가는 지나간 옛 자취를 돌이켜 생각하고 읊는 노래이다.
현대 국가에서는 대통령, 수상 또는 총리가 바뀌더라도 국가는 존속하고 정권만이 바뀐다. 고대나 중세에는 왕조가 바뀌는 것은 정권만 바뀌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바뀌는 것이다.


그 왕조가 곧 국가였다. 프랑스의 어느 왕은 짐이 곧 국가라고 할 정도였다. 왕조가 바뀌더라도 민초 곧 백성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문제는 신하들이었다. 특히 동양 유교의 충신(忠臣)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이라는 사상은 충신을 자처하는 모든 신하들에게는 크나큰 스트레스였다. 왕조가 바뀌더라도 생명을 부지하고 벼슬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인 신하들에게는 곧장 새 왕조에 충성을 맹세하기 쉬웠다.
그러나 죽어서도 충신, 살아서도 충신이 되려는 신하들에게는 절개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유혹도 과감히 물리쳐야 했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시조를 지은이는 고려말에서 조선초기(1353~1419)의 학자이며 고려가 망해도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킨 선비 길재(吉再)다. 호는 야은(冶隱)으로서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와 더불어 고려의 삼은이라 일컬어진다. 젊어서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양촌 권근의 문하에서 성리학을 공부했다.


고려 우왕12년(1386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다음해 성균관학정(成均館學正)이 되고 순유박사(諄諭博士)가 되었다. 창왕1년(1389)에 문하주서(門下注書)의 벼슬 자리에도 나가지 않았다. 태종이 되기 이전 이방원이 태자가 되어 태상박사(太常博士)를 내려 주었으나 길재는 그의 충절을 지키어 굳이 거절했다.


이러한 고려 유신(高麗儒臣)이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을 돌아 보며 지은 작품이다.
고려는 918년부터 1392년까지 475년을 다스렸다. 조선은 1392년부터 1910년까지 518년을 다스렸다. 우리의 통념상 고려도 500년 조선도 500년이라고 한다.


벼슬은 살지 않으니 오직 자기가 타는 말 하나뿐이다.
우리 한국의 통념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나 산천이나 같은 융합 복합어가 된다.
강과 산, 산과 강이면서 세상을 가리킨다.


지금은 변화의 주기가 10년이 아니라 주기도 없는 것 같다. 자연은 여전히 옛날과 같으나 고려 충신들은 간 곳이 없다.
현대의 어느 시인은 산천의 의구하다는 말은 옛 시인의 헛 말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어릴 때 놀던 동산에 올라 보니 큰 소나무가 베어지고 없다고 했다.



‘어즈버’는 감탄사로서 고시조의 종장 첫구절에 흔히 쓰이는 상투어이다. 종장 첫 구절이3자이었어야 한다는 것이 거의 철칙이었다. 그래서 ‘다만’을 종장 첫 구절로 꼭 써야 할 때에는 ‘다만’에 의미없이 성조를 고르게 하기 위해, ‘당’ 또는 ‘지’를 덧붙여 ‘다만당’, ‘다만지’로 굳이 꼭 3자를 맞추었다.
태평(太平)은 세상이 어려운 일이 없고 해마다 풍년이 들며 전란과 질병 등이 없이 평안하다는 뜻이다. 연월(烟月)은 글자의 뜻은 연기에 어린 은은한 달빛이다. 여기에서 나온 뜻은 세상이 아주 태평한 모양을 가리킨다. 그래서 태평연월이 되어 한 단어로 쓰인다.


꿈이런가는 꿈이었던가 유음화되어 쓰인 것이다.
고려말은 왕조도 불안정하고 사회기강도 문란해져서 또 잦은 내우외환으로 편안히 살지도 못했다는데 고려의 유신인 길재에게는 그 당시가 태평성대였고 조선시댄,ㄴ 혼란한 새대로 보인 것 같다. 고려의 태평성대에도 한 마당의 꿈, 일장춘몽으로 허무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진본 청구영언에 실려 전한다.
또 하나의 회고가는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의 다음의 시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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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년(五百年) 왕업(王業)이
목적(牧笛)에 부쳐지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 계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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