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6-39 Author : 마운 김 형범
고시조를 찾아서-5

update 10/3/2014



우리 한국은 아득한 고대부터 남녀의 구별이 심했다. 대부분의 여인들은 부인이 되어 집안에서 살림을 꾸려가며 자녀들을 키우는 일이 본업이었다. 바깥의 사회 일은 남성들의 차지였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의 모든 일이 남성 위주로 영위되었다. 혹시 여자가 참여하여 활동하면 꼭 “여류” 또는 “여”자가 첫 머리에 쓰이곤 했다. 여류 소설가, 여류 시인, 여류 수필가, 여류 (여) 화가, 여류 조각가, 여류 정치가, 여류 경제인, 여고사, 여자 경찰, 여군 [군인이지 남군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여 사장, 여자 운전기사 등 수 없이 많다.


현대에는 여성들이 과거와 비교 안 될 정도로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어떤 분야는 그 비율이 남성보다 많은 경우까지도 있다.


우리의 한글 문학은 주로 여성에 의해서 지켜지고 육성되었다고 한다. 여성들이 한문을 배우지 못해서 한글로 된 옛 소설들의 애독자가 주로 여성들이었다는 데서 유래하지만, 여성들은 읽기만 한 것이 아니다. 창작도 많이 했다. 시조를 비롯해서 가사 [특히 규방가사], 기행문, 일기, 편지 등의 수필 문학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지었다.


이 번호부터는 조선조의 기생들의 시조와 그 일화를 살펴보겠다. 기생은 그 신분이 원래 천민에 속했었지만 그 상대하는 사람들은 임금과 양반 관료와 [그 중에는 정승, 판서 등 고급 관료는 물론 무신들도 포함됨] 문인학자들이었다.


기생에게는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어디에서나 언제나 즉석에서 시를 창작하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그 외에 글씨 [서예]도 쓸 줄 알아야했고 그림도 그릴 줄 알아야했다. 얼굴도 몸매도 예쁘고 아름답거니와 교양도 갖추고 있고 취미도 남달리 고상하여 조선조의 인텔리 여성에 속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사랑도 속삭일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들이었다.


영화로도 방송극으로도 잘 알려진 기생 황진이가 이런 계열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여류다.
조선 조 9대 성종 임금은 언제나 여러 신하들과 술을 함께 즐기며 마셨다. 그런 술자리에 으레 기생을 불러 술을 따르게 했다.


한 번은 소춘풍이라는 함경도 영흥의 기생을 시켜서 술을 따르게 한 적이 있었다. 소춘풍은 문관인 영의정 앞에 잔을 들고 나아가 다음과 같은 시조를 읇었다.



당우(唐虞)를 어제본 듯
한당송(漢唐宋)을 오늘 본 듯
통고금(通古今) 달사리(達事理)하는 명철사(明哲士)를 어떻다고



당우: 중국 요순 시절 곧 태평성대.
한당송: 중국 한, 당, 송의 세 나라. 유학이 융성하던 시절
통고금 달사리: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사리에 통달함
명철사: 총명하고 사리에 밝은 선비
무부: 무도를 닦아 무사에 능한 사람



문신무관 여러 신하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무신을 희롱하고 문신을 칭찬한 시조였다. 그 술자리에 같이 참석했던 어느 무신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서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 눈치를 챈 기생 소춘풍은 다른 술잔을 들고 그 무신 앞에 나아가서 다음과 같은 시조를 선뜻 읊었다.



전언(前言)은 희지이(戱之耳)라 내 말씀 허물마오
문무일체(文武一體)인줄 나도 잠간 아옵거니
두어라 규규무부(赳赳武夫)를 아니좇고 어이리



전언: 앞에 한 말 [당우를 . . . 시조를 가리킴]
희지이: 농담일 뿐, 실없이 웃고자 할 뿐
문무일체: 문신과 무신은 한 몸인 듯 똑 같음
규규무부: 훤출하고 용맹스러운 무인



이 두 시조를 들은 임금 성종은 소춘풍의 재치와 해학, 또 시조를 지어내는 능력에 감탄하여 비단, 명주, 호랑이 가죽과 후추 등을 많이 상으로 내려 주었다고 한다.


달리 보면 쓸개에 붙었다가 금방 간에도 붙는 능수능란한 아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기생은 이러한 것이 본업이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모두 즐겁게 해 주는 것이 기생의 사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신 앞에서는 ‘문’으로, 무신 앞에서는 ‘무’로 칭찬하고 추켜주는데 문무 백관이 이 기생의 재치있는 유우머에 흥겨워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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