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6-44 Author : 마운 김 형범
고시조를 찾아서-6

update 11/7/2014



말[언어]에도 일생[생명]이 있다. 태어나서[신생] 자라다가[성장] 없어지는[소멸, 사멸] 것이다. 계속 쓰이는[장수하는] 말도 있고, 얼마 쓰이지 못하고 없어지는 말을 유행어라고 하고 오랫동안 쓰이다가 사라지는 말도 있다. 말에는 사회성이 있다. 힘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사회의 공동생활에서 가능한 한 우선적으로 긍정적인 말, 밝은 말, 깨끗한 말, 아름다운 말, 순수한 말, 용기를 주는 말, 웃음을 주는 말을 써야 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한국에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에 큰 변동이 있는 것 같다. 비하하는 말보다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말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가 훈훈한 말을 쓰고 있다.


불구자를 장애자도 아닌 장애인[팔, 다리가 부자유한 사람은 지체 장애인,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시각 장애인,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사람은 청각 장애인, 정신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지적 장애인 등]으로 호칭하고, 운전수도 운전사에서 운전기사로, 간호원(간호부)은 간호사로, 청소부는 환경 미화원으로, 보험 외판원은 생활 설계사로 부르고 있다.



지난 달 우리 고시조의 여류 작품을 산책한다는 뜻에서 조선시대의 기생(妓生)의 작품을 찾았다.
기생이란 직업은 현대에는 없고 또 너무 직접으로 낮추어 부른 것 같아 똑같은 뜻이나 앞으로는 기녀(妓女)나 기류(妓流) 중에서 기녀로 쓰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



우리 고시조의 작가는 거의 모든 계층에 분포되어 있다. 봉건시대의 서민에서 위로는 절대군주인 임금도 포함된다. 임금으로서의 시조는 지난 회에 등장한 성종(成宗)의 다음의 작품이 유일한 것이다. 이번 회에서는 성종의 작품을 산책하려 한다.




이시렴 브디 갈따 아니 가든 못할소냐
무단(無端)히 슬트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려도 하 애도래라 가는 뜻을 닐러라




단어의 뜻.
이시렴[있다]: 있으렴, 있으려무나[청유형]
브디: 부디, 굳이
갈따[가다]: 가려느냐?[미래 의문형]. 가난다[현재 의문형]. 간다: 과거 의문형으로도 쓰였음.
무단(無端)히: 까닭없이, 그저
슬트냐[슳다]: 싫더냐? 슳다>싫다.
그려도: 그래도
하: 많이. 몹시. 하다: 많다[多], 크다[大]
애도래라[애닯다]: 애닮구나.
닐러라[니르다]: 일러라. 말해다오[명령형]



성종(成宗)(1457-1494)은 조선조 9대 임금으로 세종, 세조 때에 일으킨 문물제도(文物制度)를 정비하고 거의 완성했다. 우리 한국문학사상 가장 중요한 자료인 악학궤범(樂學軌範)을 편찬시키고 간행시켰다.
이 시조는 신하 유호인(兪好仁)(1445-1494)이 그의 연세 많은 어머니를 봉양하려고 한양에서의 벼슬길을 그만두고 지방관으로 내려 가겠다고 했을 때 만류하면서 읊은 시조다.


신하를 아끼는 임금의 인간적인 살뜰한 마음이 곰실곰실 나타나 있다. 노모(老母)를 모시기 위해 돌아갈 것을 간곡히 임금에게 빌었다.
임금은 유호인을 자기 옆에서 떠나 보내고 싶지 않았다. 굳이 간다고 하기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달래고 있다.


초장에서는 대화에서 흔히 쓰이는 말인데도 세련되어 있고, 진솔한 정이 담뿍 담겨 있다. 중장에서는 내가 싫어서 가는 것이 아닌가고 다시 묻는 보내는 이의 섭섭한 마음이 엷은 구름처럼 서리에 있다. 종장에서는 하도 내가 안타까워서 못 견디겠으니 한마디 말이라도 해 보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위엄과 권위를 내세우는 제왕(帝王)이 신하 앞에서 이런 애절한 마음을 내 보인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 시조가 이런 정감(情感)을 아주 잘 노래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시형(詩形)이리라.
이 시조를 통해 임금으로부터, 사람으로서 모두 훌륭했던 성종과 글로, 충효(忠孝)로, 글씨로, 또 사람으로서도 훌륭했던 유호인과의 군신의 관계와 인간 관계에서 짐작할 때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따뜻한 인간미와 인간의 정을 함뿍 느낄 것이다.



Views: 542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 운동

참여하기 : MORE DETA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