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6-48 Author : 마운 김 형범
고시조를 찾아서-7

update 12/6/2014



사람은 태어나면서 대개 부모나 할아버지로부터 이름을 받는다. 한국 이름은 좋고 거룩하고 아름답고 선량하고 훌륭한 뜻을 담고 있다.
이름 자체가 어떤 뜻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삭’의 뜻은 ‘웃음’이다.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Einstein은 (Ein[하나]+Stein[돌]) 하나의 돌이란 뜻이다.


우리 나라의 국어학자 이희승(李熙昇) 선생님의 아호(雅號)가 일석(一石)이다. 한글학자 최현배(崔鉉培) 선생님의 아호가 한글로 ‘외솔’이다. 외는 ‘외롭다’ 또는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다면 ‘외솔’은 한자로 옮기면 고송(孤松)이거나 아니면 일송(一松)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자기 이름 글자의 뜻을 살펴 최소한 이름의 뜻 그대로 만이라도 사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기녀(妓女)들 중에 시조 작품을 남긴 이들의 이름이나 호에는 진이(眞伊), 매화, 홍장(紅粧), 송이(松伊), 한우(寒雨) 등이 있다. 송이는 ‘솔이’, 한우는 ‘찬비’가 한글의 뜻이다. 진이는 ‘참이’일까? 이름에 얽힌 한우의 시조를 살펴 보자.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아 신이 녹아 잘까 하노라



단어의 뜻

어이: 어찌, 어찌하여
므스: 무슨
잘이: 자리, 자겠는가? 의문형
원앙침: 원앙새를 수놓은 베개
비취금: 비취옥을 수놓은 이불



조선조 선조시대 평양의 기녀였던 한우가 멋을 알고 여인을 알고 풍류를 아는 사나이 [풍류남아(風 流 男 兒)]였던 백호(白湖) 임제(林悌)에게서 일종의 사랑을 구하는 글이라 할 수 있는 도전장(?)을 받고 거기에 답한 응답서가 이 시조다. 임제의 그 시조를 한우가(寒雨歌)라 한다


북창(北窓)이 맑다커늘 우장(雨裝)없이 길을 난이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시니 얼어 잘가 하노라.



단어의 뜻
북창: 북쪽으로 낸 창
우장: 비를 맞지 않도록 하는 차림과 복장 (우산, 비옷, 장화 등)



사니아 임백호는 (일기예보에) 북쪽 지방은 게인다고 해서 (비가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해) 아무런 준비[우산이나 비옷]를 하지 않고 떠났더니 높고 먼 산에는 눈이 내리고 평지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도다.
오늘은 어쩔 도리 없이 차가운 비를 맞았으니 (감기나 독감에 걸리겠음) 추위에 얼어서 자게 되었구나. 중장의 찬비는 차가운 비를 말하지만 종장에서는 중의법(重義法)을 써서 한우도 가리킨다. 현대의 얼짱이나 몸짱과는 다른 진짜 사나이가 이런 나약한 호소를 해서 여성의 본능적인 모성애를 자극하려고만 했을까? ‘얼어’[얼다]는 중의법의 표현이라고 보고 싶다. 옛 글에서 ‘얼이다’는 시집보내다, 결혼시키다의 뜻이다. ‘차게 얼어서 자고 싶다’라는 겉의 뜻과 달리 ‘너 한우와 얼이고 싶다’는 강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눈치 빠르고 운치가 있고 예술도 알고 사나이를 아는 한우가 답하고 있다.


(사나이가) 어찌 얼어서 자며 무슨 까닭으로 얼어서 자겠는고? 원앙새를 수놓은 베개와 비취옥을 수놓은 이불은 어찌하고 얼어서 자겠는고? 오늘은 차가운 비 곧 찬비(寒雨)를 맞았으니 찬비의 따스하고도 따뜻한 가슴 속에서[밤의 열기 속에서] 서로 덥게 잘까 하노라.


중의법은 물론 역설법(逆說法)까지 사용하고 있다. 임백호의 따스한 인간미가 흐르는 멋진 은유다. 찬비를 흠뻑 맞았으니 얼어 잘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에 화답한 기녀 한우도 얼마나 감칠 맛을 보여주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찬비를 맞았으니 더욱 따스하게 목을 녹혀 자야 할 것 아닌가? 둘 다 비꼬는 것 같은 표현이면서도 뒤틀리지가 않았고, ‘베개’, ‘이불’, ‘잔다’는 어휘가 있어도 야하지 않고 속되지 않다. 살뜰한 인정은 함축미 있게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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