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8-06 Author : 마운 김 형범
20. 지은이를 모르는 시조

update 2/5/2016



대붕을 손으로 잡아 번갯불에 구워먹고
곤륜산 옆에 끼고 북해를 건너 뛰니
태산이 바끝에 차이어 왜각 데걱 하더라

성경에도 예수님의 말씀중에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한국말에도 ‘비가 며칠만 계속 내리면 만날 비가 온다’라고 한다. 이런 표현은 수사 기교상 과장법이라고 한다. 더 크게 하는 것은 과대 과장, 아주 작게 하는 것은 과소 과장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말씀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완전 불가능하여 예수님의 이적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일보다 더 힘들다고 하여 불가능에 역점을 두는 것이 아니고 ‘어렵다’ 를 강조하는 과장법이다. ‘만날’은 ‘여러 날을 끊임없이 잇대어, 늘, 항상’이라는 부사로 쓰이지만 만날의 원 말은 만개의 날에서 왔다. 만 날은 27년도 더 되는 날이다. 노아의 홍수의 날보다 66배 이상의 날이다. 이런 과장법을 쓰면서도 우리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현대의 우리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슬프고 괴롭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 꼭 같은 상황이 아니어도 같이 눈물을 흘리고, 반대로 기쁘고 즐겁고 편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같이 웃고 떠들면서 각자의 스트레스를 푸는 정화를 한다. 또는 대리 만족까지 하면서 TV를 보고 책을 읽는다.

60여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때 시인이자 소설가인 월탄 박종화의 ‘대춘부’를 읽었다. 지금부터 약 380년전인 조선조 인조 14년 병자년 (1637)에 청나라가 우리 나라에 침입하여 일으킨 전쟁을 소재로 하여 쓴 역사 소설인데 필자는 울분과 분함, 원통함, 애달픔 등 여러가지 격한 감정에 휩싸여 옆에 아무 중국 사람이라도 있으면 때려주고 싶었다. 이 ‘병자호란’으로 우리 나라는 청나라에 굴복하여 청나라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신하의 나라로 전락했다.

소설은 신화가 아니고 허구의 세계다. 과거, 현재, 미래의 어느 시대에나 또 어떤 곳에서도 어떤 인물이라도 가능할 수 있는 가공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은 물론 우리들 까지도 소설을 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정사가 아닌 야사, 역사가 아닌 역사극, 역사 소설등을 우리는 잘 판별 하여야 한다.

우리의 고대 소설 ‘박씨전’ 일명 ‘박씨 부인전’은 실제 병자 호란에서는 패했지만 소설 속에서는 승리하는 쾌감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 조상은 이 소설을 현실로 믿으며 살았다.

단어와 어구의 뜻

대붕: 하루에 구만리를 난다는 상상의 큰 새. 곤이라는 물고기가 변하여 되었다 함. 붕새. ‘장자’의 ‘소요유’에 ‘북쪽 바다에 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변화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이 붕이라, 붕의 등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쓰여 있다.

곤륜산: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산으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산, 하늘에 이르는 산, 아름다운 옥이 나는 산으로 알려졌으나 전국시대 말기부터 서와모가 살며 불사의 물이 흐르는 신선경이라 믿어졌음

태산: 중국의 명산, 산동성 태안의 북쪽 오악중의 동악을 일컬음, 보통 명사로는 높고 큰 산을 가리킴

왜각데걱: 단단한 물건이 서로 부딛쳐서 나는 소리와 모양

현대어 감상

대붕, 곤륜산, 태산등은 모두 중국에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북방으로 부터는 대륙민족 (중국 또는 몽고), 남방으로 부터는 왜구의 잦은 침략으로 많은 고난을 당하였기에 이 시조처럼 대담하게 기이한 상상으로 억압된 심정을 펴 보면서 승리의 쾌감을 맛보고 있다. 고대소설 ‘박씨전’에서 처럼, 산과 물과, 구름과 바다를 주름잡으면 영웅처럼, 도술가처럼 행동하며 시원함을 주고 있다.

대붕은 북쪽 바다에 있는 등의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새다. 그런 새를 어떤 도구나 기계도 없이 맨손으로 훌쩍 잡아 개스 불도 아닌 번갯불에 재빨리 구워먹는 민첩성과 기지 [초장]. 중국에서 가장 높은 산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높다고 생각하는 곤륜산을 한 손으로 가볍게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슬쩍 건너 뛰는 용맹스러움과 힘세고 강인함 [중장], 그때 중국 대륙의 높고 큰산인 대산이 겨우 나의 발끝에 차이면서 왜각데격 소리내는 모양 [종장]이 온 세계(중국)을 정복하여 느끼는 통쾌함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후련하며 시원하다

우리 조상들은 아마도 이런 시조를 소리 높여 부르면서 나라의 침체함, 약소함, 억울함은 물론 자신들의 어둡고 괴로운 심정과, 생활을, 역설적으로나마 풀어버렸을 것이다.

이 시조는 ‘청구영언’에 실려 있다. 이런 과장법으로 더욱 실감나는 사설시조가 있으나 여기에는 싣지 못한다.
인진왜란때에는 일본의 침략으로 우리 삼천리 반도가 거의 쑥대밭이 되었으나 ‘사명당 실기’라는 고대 소설은 유정 사명대사의 활약을 부각시켜 우리의 울분을 그대로 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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