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8-40 Author : 마운 김 형범
28. 가을 노래 한 수 - 어부사시사 중에서 -

update 10/7/2016



갈수록 지구의 온난화가 심해져서 겨울에는 예년보다 더 추운 날이 많아지고 여름에는 더 뜨거운 날이 많아진다.
이 곳 보스턴도 올 여름에 90°F 이상의 날이 예년보다 많았고 가뭄도 더 심해졌다. 벌써 낙엽이 지는 나무 잎사귀는 깨끗하고 예쁜 맑은 색깔이 아니고 지저분하고 병든 색이다. 내 추측으로는 올해 가을의 단풍은 싱싱해 보이는 뚜렷한 가을의 색이 아니고 약간 추해 보일 것이다. 지난 주까지만도 그렇게 무덥더니 이번 주 부터는 서늘한 정도를 넘어 아침 저녁에는 춥기까지하다. 곧 서리라도 내릴 듯 싶다.

농사를 위주로 했던 과거의 우리나라는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했다. 올해도 한국에는 벼농사가 풍년을 이루었다고 한다. 또 가을을 사색의 계절, 고독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이런 가을이면 도이취란드의 시인 라아나 마리아 릴케의 ‘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며칠만이라도 더 비추어 마지막 과실까지 익게 해 달라’ 기도하는 시 구절도 생각난다.
우리 한국의 기독인 시인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를 읊어 보자.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모국어인 한국어로 나를 채우기 위해 이번에는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중 2번째 가을 노래를 산책하기로 한다.

수국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만경징파에 슬카지 용여하자
인간을 돌아보니 머도록 더욱 좋다.

단어와 어구 풀이
수국: 1) 바다의 세계. 2) 물나라. 여기서는 (강이나) 바다를 끼고있는 마을.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도 눈나라가 아니라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을 가리킨다.
만경징파: 넓고 넓은 바다위의 깨끗하고 맑은 파도. ‘경’은 중국에서 쓰였던 땅의 넓이를 가리키는 단위. 만은 여기서는 일만이 아니라 한없이 무한대로 넓다는 뜻으로 쓰임.
슬카지: 실컷
용여하자: 한가롭고 편안하여 흥에 겨워하자. 하자는 여기서 청유형이다.
인간: 1) 사람. 인류. 2) 사람이 사는 곳. 세상. 인간세간이 줄어서 인간이 되었음.
좋다: 현대어의 뜻은 좋다. 고어에서는 깨끗하다의 뜻도 있다.

현대어 산책

한국 남해에 있는 보길도의 섬마을에도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모든 곡식이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가을이 돌아오니 바닷속에서 유유하게 노니는 물고기들조차 먹음직스럽게 살이 쪄 있다. [초장]
우리는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유지하는 어부가 아니라 흥에 겨워 낙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이라 한없이 넓고 넓은 푸른 바다위의 맑고 깨끗한 파도를 저어가며 우리의 마음이 느긋해질 때까지 싫것 끝없이 한가롭고 편안하여 물고기를 낚는 흥에 겨워하며 살아 보자 [중장]
배를 타고 고기를 낚으러 유유히 노를 저으며 어느새 섬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뒤를 돌아보니 우리 인간이 사는 세상 (공간), 또는 아웅다웅 살기에 바빠 사랑할 줄 모르고 서로 헐뜯고 시기하고 모함하는 사람들이 지금 배 위에 있는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또는 멀리 보일수록 더더욱 나에게는 좋게 보이기도 하고 깨끗해 보이기도 한다. [종장]
사람은 특이 이성은 조금 멀리서 볼수록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하지 않은가?
모국어인 한국어로 우리 고시조를 멋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한 윤선도의 가을 노래 4번째는 다음과 같다.

기러기 떳는 밖에 못보던 뫼 뵈는고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이라
석양이 바애니 천산이 금수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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