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9-10 Author : 마운 김 형범
33. 눈이 덮인 절벽을 노래한 시조 -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가 중에서 -

update 3/8/2017



오곡은 어디메고 은병이 보기 좋이
수변정사는 소쇄함도 가이 없다.
이 중에 강학도 하려니와 영월음풍하오리라

이제 완연히 봄이 되어야 할 3월이다. 달력상에는 봄이 되는 입춘이 벌써 2월 초에 있었다. 지구는 온난화된다는데 한국에서도 이곳 보스턴에서도 입춘이 지나고도 큰 눈이 내렸다. 이곳 보스턴에서 내가 겪은 큰 눈이 봄에 내린 것은 10여년전 4월 1일 만우절 날이었다.

덕분에 그날은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했다. 올해는 눈이 몇번 안 내렸지만 언제 또 어느 때에 내릴지 모르겠다. 내 고향에서는 눈이 많이 내렸다. 그때는 어린 시절이라 눈이 내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부산 피난시절에는 1952년엔가 처음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그때는 모든 것이 어려운 시절이라 굉장히 을씨년스러웠다. 눈이 싫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에 와서는 1957년 말인가 1958년 초인가에 눈이 꽤 내렸으나 전차가 다니던 을지로나 종로는 몇시간 내에 다 녹아버렸다.

현대와 같은 눈치는 차는 하나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1960년대 중반에 흰 눈이 많이 내려서 시청앞 광장에서 광화문 네거리까지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수북이 쌓인 눈위를 걸어 다닌 일이 있었다.

이 곳 보스턴에서는 처음에는 겁도 없이 눈위를 차를 몰고 다녔다. 금방, 눈이 오면 차를 몰고 다니기 힘들고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눈이 오는 저녁에 평소보다 일찍 가게를 닫고 집으로 출발했으나 평소에는 5분정도면 가는 거리를 한시간 넘게 차를 몰고 간 적이 있다.

그날은 집에 3시간 넘게 걸려 힘들게 도착했다. 눈이 내리면 눈치는 차가 거리의 눈을 치운다. 여러번 치우면 Driveway는 꽉 막혀서 그 높이가 높아져서 어지간히 힘들게 눈삽으로 치우지 않으면 차가 나가기도 힘든다.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때에는 길에 차를 세우고 Driveway의 눈을 치우고 들어 온다. 아침에는 또 Driveway의 눈을 치워야 나갈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망치와 도끼로 꽁꽁 언 얼음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이 뚜렷하였다. 이 곳 보스턴은 겨울이 지나 봄이 오려나 하면 도로 겨울처럼 춥다가 곧 여름이 된다. 긴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인가 보다 하면 곧 겨울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네 계절은 그 색깔이 뚜렷이 구별된다. 봄은 싱그러운 연두색 초록의 계절이다. 여름은 산천이 파랗게 물든 푸른 계절이다. 가을은 오곡과 만물이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의 계절이다. 겨울은 삼라 만상이 흰눈에 뒤덮인 은빛의 계절이다.

앞에 보인 시조는 율곡 이이의 연시조 고산구곡가의 6번째 시조이다. 구곡가이지만 서사가 앞에 하나가 있어 모두 10수로 되어 있다. 율곡은 아버지의 아들보다는 어머니의 아들로 더 유명하다. 지금 어느 TV에서 방영하는 신사임당이 그의 어머니다. 신사임당은 한국 지폐에도 그 초상이 실려 있다. 율곡은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 유학의 두 대가로 숭앙 받는다. 또 임진 왜란전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바도 있다.

이 시조는 황해도 해주 석담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때 중국의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떠서 지은 시조다. 구곡이라 하여 아홉개의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아홉곳의 경치와 거기에서 느끼는 감흥을 노래했다. 이이는 호는 율곡, 시호 (사후에 받은 호)는 문성공이다.

단어와 어구 풀이
오곡: 다섯 번째 곳
어디메고: 어디메인고? (어디메오) [의문형]
은병: 눈으로 덮였거나 눈이 얼어서 하얀 은빛 병풍처럼 생긴 절벽
좋이: 좋으이. 좋도다 [감탄형]
수변정사: 물가에 있는 집 [정사는 제자를 가르치는 집]
소쇄: 시원하고 깨끗함
가이: 가가. 끝이
강학: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함
영월음풍: (음풍영월) 바람과 달을 노래함. 시가를 읊음.

현대어 산책
고산구곡 중에서 다섯 번째 곳은 어디인가? 때가 겨울이라 흰눈으로 가득 덮인 은빛 병풍처럼 생긴 저 절벽이 정말 보기 좋도다. 겨울에도 여기는 정말 경치 좋은 곳이며 공부하기도 좋구나. [초장]

맑은 물이 흐르는 물가에 세운 제자를 가르치는 집은 보기에는 물론 겨울에 지내기에도 너무나 시원하고 몸과 마음이 깨끗해 지기에도 끝이 없구나. [중장]

이러한 아름답고 깨끗하고 시원한 산골 속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기도 하려니와 재미는 별로 없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과 물의 마음을 받아 들여 시가도 읊고 지어서 학자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리라. [종장]

사람과 세상을 꿰뚫어 보는 큰 슬기와 학자로서의 사명을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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