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09-34 Author : 마운 김 형범
39. 열매를 맺는 구월 - 신희문의 풍년을 읊은 시조 -

update 9/1/2017



마지막 여름과 가을의 시작이 겹치는 9월이다. 현대는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는 새로운 세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어도 우리는 땅에서 살기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업이 기본 산업의 구조로 되어 있어서 농업 위주로 사계절을 표현하는 말이 아직까지도 유효하게 쓰인다. 여름은 성장과 성숙하는 계절,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라고 불린다. 성숙하며 열매를 맺게 되는 계절에 미처 결실을 못한 과실까지 익게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시인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Herbsttag)’을 다시 읽게 된다. 아흔아홉마리의 안전한 상태의 양들을 놓아 두고 잃어버린 한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은총의 하나님이 겹쳐 떠오른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마지막 연은 생략한다.

그 무더웠던 여름은 이제 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그렇게 뜨거운 시간을 거두십시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게 해 주십시오.
미처 익지 못한 과실들이 다 열매를 맺게 가을이 왔지만 조금만 뜨거운 햇살을 더 내려 주시어 완전히 성숙해서 기쁨과 행복을 상징하는 포도주의 단맛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은총과 자비를 기다리는 간절한 기도다. 가을의 쓸쓸함과 애상을 노래한 19세기말의 프랑스의 시인 베를렌의 ‘가을의 노래’를 또 떠올린다. 민희식씨의 번역시가 있지만 내가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시를 대학교때 영문학자 정인섭 교수가 경상도 사투리 톤으로 읊었던 그것을 기억하며 일부만 소개한다.

가을날
바이올린의
긴 오열은
단조로운 고달픔에
내 마음 괴롭혀

종소리 울릴 때
가음은 절리고
창백히
옛날을 추억하며
눈물을 짓노라

셋째연에서는 모진 바람이 휘몰아치는 대로 낙엽처럼 이리 저리 간다는 표현은 릴케의 ‘가을날’의 마지막 연 ‘바람에 불려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것’ 이라는 표현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조선시대의 신원미상인 신희문(申喜文)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풍년가처럼 읊은 시조를 남겼다. 이번 호에서는 그 시조를 산책하기로 한다.

논밭 갈아 기음내고 돌통대 기사미 피워 물고
콧노래 부르면서 팔뚝춤이 제격이라
아이는 지어자 하니 후후 웃고 놀리라

<단어와 어구 풀이>
기음매다: 논밭의 잡풀을 뽑거나 흙으로 묻어 버리다.
돌통대: 흙이나 나무로 만든 담뱃대
기사미: 썰어 만든 담배
팔뚝춤: 팔꿈치로부터 손목까지의 부분인 팔뚝을 주로 사용하여 추는 춤
아해: 아이. 어린이
지어자: 흥을 돋우기 위해 장단을 가볍게 맞추어 내는 소리. (그 자체는 아무 뜻이 없음)
후후: 웃는 소리

<현대어 산책>
봄부터 논과 밭을 갈아 여름에는 김매고 열매맺는 가을에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뜻으로 담뱃대에 썰어 만든 담배를 피어 물고 [초장]
풍년이 들은 기쁨으로 겨우 콧노래나 부르며 온몸을 뒤흔드는 율동이 아니라 팔뚝춤으로 기분을 내는 것이 우리 농사꾼들에게 어울리는 겸손이다. [중장]
어린 아이도 어른들의 흥겨움에 저절로 신이나서 신나는 가락에 ‘지어자’하고 장단을 맞추어 주니 어른들은 함빡 웃는 것이 아니고 후후 웃으며 기쁘게 풍년가를 부르며 놀리라. [종장]

조선 시대는 ‘농자천하지대본’을 내세우는 농본국이었다. 주인이나 노비가 온 마을 사람들은 농사 짓는 것이 하늘의 은혜요 풍년은 더 큰 은혜로 생각하여 언제나 풍요한 대한 꿈을 꾸며 또 현실을 보며 이렇게 웃으며 지냈다.

현재 우리 조국은 위중한 국가 안보 위기에 처해있다. 여러 가지 어지러운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우리의 선조들이 풍요를 꿈꾸며 살았듯이 현재의 조국도 이 위기를 극복하고 꿈꾸는 것이 아니라 풍요속에서 실제로 살아가기를, 웃으며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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