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복 RN, IBCLC :
국제모유수유 전문 상담가며 간호사

약력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 간호학전공






   Vol-No : 06-35 Author : 이지복 RN, IBCLC
이젠 독자의 몫이다.

update 9/5/2014



글머리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시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글머리.
그냥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어 놓고 자판을 응시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손끝에서 그냥 풀려 나오는 요행을 오늘도 기대해 본다.


요행… 중학교 일 학년 가을 나는 백일장이라는 글쓰기대회를 나간 적 있다.
돌벼랑에 노랗게 피어 있는 마가렛 꽃을 보면서 그때도 요행을 바랐었지…
엉거주춤, 어설프게, 께름칙하게 써낸 글이, 그유명한 ‘혼불’ 저자인 최명희씨 (그 당시 고2학년) 가 화들짝 웃으며 소감을 말하던 단상의 당당한 글쟁이 장원뒤에 차상으로 중학교 1학년 시골뜨기, 단상에 제대로 서지도 못했고 부끄럽고 불편하기 까지 했던 나에게 요행 기억으로 남아 있고, 다시 요행을 기원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불편하지만...….



글.


그 선함이 배어 나오는 듯 예쁜 얼굴에 커다란 눈, 28주 조산으로 태어났고 합병증으로 오른쪽 기능이, 시력도 근력도, 체중의 균형도 정확히 견디지 못하는 초산의 엄마가 간난아이를 모유수유를 할 것이라 했다.
모유수유는 비타민같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모유수유의 기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당연한 권리로 아기는 울부짖는다.
정확히 조산은 아니라도 조금 이른 달에 출산Late preterm, 저체중아Low Birth Weight의 경계선으로 태어났다.


첫아이를 수유하기에는 두팔이 성한 사람도 여분의 손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자주 하곤 하는데, 정말 여분의 손이 필요한 젖먹이는 엄마였다.
보기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에 마음까지도 찡해서 감정의 소모도 동반되었다.


제왕절개수술을 했고, 산후 96시간의 산후조리를 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만, 가능한한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집에 두고 온 동반동물Therapeutic Dog이 그립고 필요한 것 같았다.
간난아가는 새까만 태변도 조금씩 지리는 모양으로 소변도 벽돌색의 찌꺼지를 묻혀 생후 3일 째 보여줬다. 간난아가는 울지만 젖무덤에 가서는 잠깐 모유수유의 모습을 보이다가 쉽게 잠들어 버리고 입술에서는 하얀 껍질이 펄럭거렸고 혀바닥은 갈라진 논밭처럼 말라보였다.


체중 감소는 생후 3일에 8%였다. 신생아케어담당자에게 보충수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숫자로 보면, 통계로 보면 보충수유를 할 지경(10% 체중감소)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망서림이었다.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내육감Gut feeling으로 , 통계가 아닌, 이 아이는 보충식이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유수유담당팀이 모이게 되었다. 아직은 ….망서리는 다른 직원들에게 모유를 유축기Breast pump로 짜보이고 한방울도 나오지 않음을 강조하고, 조금 이른 출산아의 특징, 제왕절개 수술, 풍선처럼 부어오른 발들을 보이고 약간은 황달기가 검사로 확인되었고, 모유수유후에 분유보충수유가 필요하다고 조금은 강한 우김이 모유수유를 강조하는 친유아병원에서의 국제모유상담자인 내모습이었다. 모유수유상담팀의 책임자는 분유를 비상용으로 제공하기도 했다고 했다. 휴가중인 소아과의사는 주말인데도 아기를 진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케이스담당자와 지역사회사업Out Reach Program 담당자에게도 방문간호원을 매일 보내고, 아기돌보는 도우미도 연결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아기돌보는 Baby Sitting 요원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그 시스템에 이 가정의 필요함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아기의 아빠가 2주는 휴직하고 집에서 돌봐 줄 수 있지만, 혼자 있을 때, 아기를 모유수유할 수 있는 위치로 아기를 보듬을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물론 동반 동물Therapeutic Dog이 아기를 데려다 줄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은 하지 않았다.
퇴원하는 아기를 건너 받은 그 산모는 두번이나 허그hug를 하면서 집으로 떠나갔다. 뒤돌아 돌아오는 내 모습엔 아쉬움이, 안타까움이 옷입혀지고 있었다.


생후 6일이 된 아기를 데리고 모유상담을 왔었다고 했다.
내말이 맞았다고 했다.


성숙한 모유공급이 가능한 생후 6일 째, 아이는 15ML 모유만 수유되Test Weight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했다. 그나마 보충분유수유를 시도했기에 다행이라고 했다. 엄지 손가락을 올려보여 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가민히 있지 않아서 그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찡한 가슴을 덮여주었다.



글 끝



나의 요행심이 여기까지 내 손끝을 끌고 왔다.
그냥 내려 쓴 글이 내 손끝을 떠나면 불편해도 아쉬워도 나와는 이별이다.
내 책임을 벗어난다.
이젠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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