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 Story : 서운사 수인 수님






   Vol-No : 05-45 Author : 서운사 수인 스님
겨울과 놀이 그리고 내 아이

update 11/16/2013



춥다. 등골 오싹하게 벌써 차가운 겨울바람이 분다. 조금 천천히 시작해도 좋으련만 원망스런 마음 앞세워 몸을 움츠린다. 이럴 땐 뭐가 좋을까? 장작개비 타다닥 소리 내며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 앉아 그 속에서 갓 꺼낸 그을린 고구마와 김 모락 피어 오르는 따스한 차 한잔 하고픈 생각이 난다.


겨울 하면 추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하얗게 눈 내린 날, 바깥 놀이를 만류하는 어머니를 기어이 뒤로하고 언니로부터 물려받은 털모자와 장갑 푹푹 눌러쓰고 큰 마당으로 눈싸움을 나섰던 일, 굵은 철사 나무토막에 뚝딱 뚝딱 얽어 매 오빠가 만들어준 썰매 들고 얼어 붙은 개울가로 달려가 얼음을 지쳤던 일, 추위에 새빨갛게 언 손일랑 강 둑에 피어놓은 모닥불에 호호 녹이며 그렇게 날이 저물도록 얼음 속 산과 들에서 놀았다.


어릴 적 내 나이 또래의 요즘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겨울놀이는 무엇일까?
주말 엄마 아빠 손잡고 갈 수 있는 눈썰매장, 스키장 같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따뜻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 이것이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컴퓨터와 놀기. 정서적으로 그렇게 좋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일반적인 문화 생활이다.


이들이 성년이 되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릴 때면 그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빠가 사주신 최고 사양의 타블릿PC를 들고 좋아했던 일과 그때 유행했던 게임프로그램 이름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최고점을 어떻게 기록했는지를 무용담으로 늘어놓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겨울놀이의 도구는 눈과 얼음이었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컴퓨터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생각해 봐야 할 다른 것이 하나 더 있다면 그 시절 어머니는 밤 늦도록 공부 잊고 노는 나를 걱정하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 저물 시간이 되도록 집에 오지 않으면 들판으로 찾아와 저녁시간이라고 고함치시며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 머뭇머뭇 거리는 나를 결국 데려와 밥상에 앉히셨다. 그리고는 꾸지람을 하셨다. 놀더라도 밥은 먹고 놀아라 이것뿐이셨다.
나의 자유를 방해하는 최대의 것은 밥 먹는 일과 잠자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 어린 조카녀석을 대하는 동생만 봐도 학원 가야 하는데, 숙제 해야 하는데, 공부 해야 하는데 그렇게 놀기만 한다며 야단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자유시간을 억압당해 토라지는 녀석도 그렇지만 그 자식을 내내 좆으며 자신의 자유도 잊고 사는 듯한 동생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생각해 본다. 어릴 적 조금 덜 놀고 공부를 더 했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 부모님이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리고 자식을 바라보는 우리 부모는 더 행복하셨을까?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동물적 행동 이상의 것은 서로의 행복을 방해한다는 생각이다. 자연 다큐멘터리 쇼를 보면 동물들의 자식 키우는 사랑은 인간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지우게 한다. 둥지 속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새끼들에게 하루 종일 먹이를 물어와 입에 넣어주고 더 성장해서는 사냥 법을 일러주고 심하게는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강하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야생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유로 인간만이 자식을 소유하려 하고 자립의 기회마저 잃게 한다.


어린 시절 자연과 친구되어 맘껏 뛰어 놀았던 그 기억들이 나에게 자유를 가르쳐 주었고 그것을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일러주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와 놀기에는 자연과 다른 유해요소들이 있기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주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저 잘 놀고 그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법을 일러주기 그것이면 충분하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혼자 패달을 밟을 수 있는 순간 잡아주는 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창밖에 눈이 온다면 아이들 손을 잡고 나가보자. 아이가 즐겨 하는 컴퓨터게임이 있다면 어렵더라도 함께 해보자. 이 아이가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넘어지더라도 다시 혼자 일어설 수 있는 법만 가르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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