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 Story : 서운사 수인 수님






   Vol-No : 07-50 Author : 서운사 수인 스님
허락된 시간이란 없다.

update 12/20/2015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합창공연 초대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온 80대 미국인 할머니가 자신의 딸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이었다. 딸만 셋을 둔 할머니는 남은 생을 딸들이 있는 곳에서 보내기 위해 지난 해 이사를 하였고 그 지역 합창단에 딸들과 함께 가입하고 단원이 되었다. 젊었을 때 부터 합창 경험이 있던 할머니가 이사를 가자마자 한 일이 그것이었다. 세명의 딸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150 여명되는 합창단원은 대부분 백발의 어르신들이었다. 공연 중 지휘자는 가장 나이어린 남,여 단원을 각각 소개하면서 그들이 있지만 단원의 평균연령을 낮춰주지는 못했다는 말로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좁은 무대 탓에 공연내내 서서 노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한 분이 주변단원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 뒤로 퇴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쉬는 시간동안 회복을 하셨는지 그 분은 끝까지 무사히 공연을 마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조화로운 노래소리, 아름다운 파장은 온 몸에 와 닿았다. 어떤 파장이 귀에 전달되어 울림으로 청각을 자극할 때 우리는 그것을 소리라고 인식하지만 그 자극은 몸과 마음 곳곳에서 울림을 준다. 슬픈 음악은 우리의 슬픔을 위로 하고 신나는 음악은 우리의 신명을 일깨운다. 그들의 소리가 그랬다.
비록 지팡이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고 젊은이들 만큼 큰소리를 낼 수 없지만, 스스로 즐기고 더불어 다른 이에게도 좋은 치료제같은 에너지를 전달해 주고 있었다. 충분히 자신의 무대가 좋아서 노래부르는 황혼의 목소리가 주는 파장은 그래서 더욱 강력할 수 밖에 없었다.

100세 시대, 은퇴 후에 제 2의 삶이 시작된다고 한다. 아흔살이 넘은 은퇴한 기업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그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없이 죽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그는 인생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또 다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평소 하고싶었던 것을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철학적으로 시작과 끝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은 특히나 그런듯 하다. 스스로 끝이라고 규정지었을 때 그 때가 끝이다.
그 합창공연에서 할머니는 걸음이 불편해 딸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지만 노래부르는 내내 어떤 젊은이 못지 않게 흥에 겨운 몸짓을 하며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만큼은 80대의 할머니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 얼마나 허락된 시간이 남아있을까 하는 걱정따위는 지는 해와 더불어 흘려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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