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 Story : 서운사 수인 수님






   Vol-No : 06-05 Author : 서운사 수인 스님
떡국 먹는 날

update 1/31/2014



설날 떡국을 한 그릇 맛있게 비웠다. 어릴 적 어른 들이 하신 이야기처럼 오늘 부로 떡국과 함께 나이 한 살 더 먹어버렸다. 코흘리개 시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여러 그릇 한번에 먹어 치우면 안되느냐 물었던 기억도 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설날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의 개념을 눈에 보이는 변화의 개념에 두고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태어나서 부모의 품에서 자라고 계속 성장해서 그 정점을 지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게 된다.
검은 머리에 하얗게 눈이 쌓이고, 곱던 손은 마디가 굵고 거칠어지고, 세월의 흔적을 담은 깊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해 진다. 모두가 이렇게 늙어간다.


젊음 하면 떠오르는 느낌들을 보면 아름답고 신선하며 힘이 넘치며 기쁘고 새롭다. 반면 늙음은 추하고 약하고 낡은 것이다. 해서 저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요즘 들어서는 의학기술까지 빌려 성형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젊음은 좋고 늙음은 싫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얼굴에 생기는 주름이, 늙어가는 것이 아름다움과 멀어지는 것이라고 누가 말하고 있나? 시간이 흐른 만큼 변한 나의 모습을 병들고 나약해진 추한 얼굴이라고 싫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느 옛날 모든 일에 무슨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늘 투덜거리는 제자에게 그의 스승이 한 날 소금을 한 줌 가져오라고 일렀다.
그리고 그 소금을 작은 그릇에 털어 넣게 하고 그 물을 마시게 했다. 제자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그 물을 마셨다.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물 맛이 어떠냐?”
“너무 짭니다.”


스승은 소금을 한 줌 더 가져오라고 하더니 근처 호숫가로 데려가 그 소금을 호숫물에 넣고 휘휘 저은 뒤 잠시 후 제자에게 그 호숫물을 한 컵 떠서 마시게 했다.
“물 맛이 어떠냐?”
“시원합니다.”
“소금 맛이 느껴지느냐?”
“아닙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인생의 고통은 소금과 같느니라. 그렇지만 짠맛의 정도는 고통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네. 자네가 진정한 수행자의 참 맛을 느끼려면 고통의 그릇을 버리고 스스로 호수가 되게나”


시간의 변화와 함께 늙음이란 변화를 매 순간 맞이 하면서 고통의 한 종류를 키워가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무슨 여러 마디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설날 떡국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잘 늙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늙음도 아름다움이라면 아름답게 잘 늙어가고 싶다. 생각을 담을 마음의 포용력을 무한대로 늘이는 일 그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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