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 산책 - 마운 김형범




   Vol-No : 10-17 Author : 마운 김 형범
47. 古人을 못뵈어도 - 퇴계 이황의 연시조 도산십이곡에서 -

update 5/4/2018



얼마전 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지칭하는 고인을 ‘故’로 표시하고 있다. ‘故 아무개’, ‘故人’은 오래된 벗, 사귄지 오래 된 친구[故舊], 죽은 사람을 뜻하는데 ‘벗’보다는 ‘죽은 사람’의 뜻으로 변화되어 쓰이고 있다. 말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은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처음 생성되었을 때의 뜻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뜻이 다르게 쓰이는 일이 많다. 어떤 경우에는 그 쓰인 말이 사전에 실려 있는 뜻이 아니고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의미는 context meaning, 곧 문맥의미라고 한다. 성경 시편에 ‘형제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이 있다. 이 ‘동거’라는 말은 1930년대 성경이 번역될 때 쓰인 말로 사전에 있는 원의미로 쓰였다.

언어의 보수성을 인정한다면 1900년대초 더 올라가서는 1800년대 말기에 쓰인 단어다. 가족이 한집에서 같이 산다는 뜻이다.
1945년 광복 이후에 이 말은 법적인 부부가 되기 전에 또는 결혼하기 전에 남녀가 같이 산다. 부부가 아닌 남녀가 그저 같이 산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버릇’도 개인적으로 굳어진 성질과 어른에게 마땅히 차려야 할 예의의 뜻이 있었으나 현대는 전자의 뜻으로만 쓰여 나쁜 의미로 쓰인다.
손버릇, 입버릇 등이 있다. 이 ‘버릇’의 한자어가 습관이다. 이 습관은 또 개인적인 버릇을, 관습은 사회적은 버릇을 가리킨다.

관습은 법은 아니지만 그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시대를 이어 내려 오면서 합리적이고 긍정적으로 계속 쓰이는 관습은 전통으로 이어가고, 그 시대에 어울리지 않거나 불합리하고 부정적인 것은 인습이라고 하여 우리는 버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전통도 만들어 가야 한다.

지난 호에서는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중에서 ‘언지’의 한 수를 산책했다. 이번호에서는 학문에 대한 정진과 수련의 실제를 학자의 입장에서 시화시킨 ‘언학’의 한 수인 제9곡을 산책하기로 한다.

古人도 날 못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페 있네
녀던 길 알페 있거든 아니 녀고 어떨고


<단어와 어구 풀이>
古人: 옛 사람[넓은 의미], 옛 성현, 옛 어른, 옛날 학문하던 사람
날: 나를[‘ㄹ’은 목적격 조사]
못 뵈: 못 보네. ~이[ㅣ]는 감탄형 어미
녀던[녀다]: 가다. 행하다. 원형은 녀다. 녜다. 녜다 > 예다로 되는 것은 두음법칙. 아직도 시어에서 쓰이고 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알페: 앞에. ‘앏’ > 앞. ‘ㄹ 탈락 현상’과 ‘ㅎ’종성체언
있네: 있구나. 있도다 [감탄형]
어떨고: 어쩌겠는가? 어찌할고? [의문형]

<덧붙인 풀이>
‘옛’이란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을 의미한다. 현대와는 전혀 다를 먼 과거를 의미한다. 발달 속도가 빠르다 보니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이해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일년이면 세상이 수십번 변한다는 말도 생겼다. 이전에는 ‘한달 전도 옛적이다’는 말도 있었지만 현대에는 쌍둥이 형제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말조차 낡아 버렸다. 옛사람을 모든 옛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없고 성현이라고 부르면 우리와 너무 격차가 난다. 인간 생활에서 또 학문의 길에서 올바르고 떳떳하고 정의롭게 살았던 훌륭하고 바른 사람들을 古人이라 생각하면 이 시조를 이해하기가 한결 쉽겠다. ‘길’이란 인도, 차도,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골목길, 오솔길, 한길, 자갈길, 아스팔트길 등 실제의 길도 있고, 검술을 닦는 검도, 무술을 닦는 무도, 차를 마시는 다도, 불자가 되는 불도, 부모에게 바치는 효도, 도를 전하는 전도, 올바른 길인 정도, 학문을 닦는 학문의 길 등도 있다.

<현대어 산책>
과거에 살았던 훌륭하고 뛰어나고 올바르던 어른들도 현대에 살고 있는 나는 알지도 보지도 못했고, 또 현대에 살아 가고 있는 나도 옛 어른들을 실제로는 못 뵙는구나 [초장]
내가 현대에 살고 있어서 옛 어른들을 직접 뵙지는 못해도 그 어른들이 학문 수양과 정진하던 모습들, 학문의 도는 그 어른들의 책 속에 그대로 있어서 내가 앞으로 옛 어른들을 본받고 따라 갈 수 있게 나를 가르치고 있구나. [중장]
옛 어른들이 실제로 살았던 학문의 길을 나도 따라 갈 수 있게 내 앞길에 펼쳐저 있고 밝히 보여 주고 있거늘 현대에 사는 우리가 어찌 그 어른들의 길을 따라 가지 않고 무엇을 하겠는가? [종장]

내가 소위 말하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세계 4대 성인이라 하여 유교의 공자, 불교의 석가,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또는 이슬람교의 무함마드를 외우고 다녔다. 우리한국 또는 아시아에서의 성현 또는 성인은 종교와 철학에서의 가장 뛰어난 분을 가리키고 있다.
과학이 발달한 21세기 현대에는 종교와 철학 이외의 여러 분야에서 뛰어나고 훌륭한 분들이 많다. 우리는 이런 최우수 인물은 못될지언정 바르고, 훌륭하고, 착하고, 건실한 상식 수준 이상의 양심적인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고 또 남아지면 좋겠다.

Views: 69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 운동

참여하기 : MORE DETAIL =>